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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여행 :: [정수사] 시원한 숲길을 지나 마음을 쉬게 하는 곳, 아이와 가볼 만한 강화 사찰여행

김별하랑 2025. 6. 29. 21:46

 

 

강화도에 있는 사찰 중에서도 비교적 조용하고 깊은 숲속에 자리한 곳, 바로 **정수사(淨水寺)**를 다녀왔습니다. 강화도는 역사와 전통이 깃든 사찰이 많지만, 정수사는 인파가 적고 고요해서 산책하듯 마음을 정리하기에 더없이 좋았어요. 이번 방문은 초여름, 날이 제법 더워진 때였지만 오히려 더위를 잊게 해주는 경험이었습니다.


정수사

 
 

 

주차장도 여유있게 마련되어 있으며 오늘 사찰여행의 목적지 함허대사 승탑까지 400m의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요.
 
 

 

사찰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조용했지만,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들려오는 새소리가 분위기를 확 바꿔 놓았어요.
 
 

 

입구에서부터 느티나무와 고목들이 울창하게 양쪽으로 서 있는데, 이 덕분에 햇볕이 잘 들지 않고 그늘이 많아 마치 시원한 숲터널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릴 때 나는 소리와 새들이 짹짹대는 소리가 어우러지면서, 그 순간만큼은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요함이 마음을 감쌌습니다.
 
 

 

경내를 천천히 걸으며 정수사의 유래를 떠올렸습니다.
정수사는 신라 선덕여왕 8년, 639년 회정선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져 내려오지만, 이는 설화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해요.
 
 

 

한 설화에 따르면, 회정선사가 마리산 참성단을 바라본 뒤 그 동쪽 기슭의 밝고 트인 터를 보고 불제자들이 수행하기 좋은 곳이라 하여 사찰을 세우고 ‘정수사(精修寺)’라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선 세종 때, 함허기화(涵虛己和) 선사가 사찰을 중창하면서 사찰 옆 맑은 샘을 보고 ‘정수(精修)’에서 ‘정수(淨水)’로 이름을 바꾸었다는 기록도 전해지죠.


사찰은 규모가 크지 않고 단아한 분위기인데, 전각들이 가지런히 이어져 있어 걷는 내내 시선이 편안했습니다. 특히 이곳은 비구니 스님들이 중심이 되어 중창한 역사도 특별합니다.
 
 

 

1848년과 1878년, 그리고 1900년대 초까지 정일스님, 계흔스님 등 여성 스님들이 중심이 되어 법당을 중수하고 불상을 개금하며 가람을 정비해 온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조용하지만 묵직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이유는 이처럼 오랜 정성과 수행의 시간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겠죠.
 
 

 

이번 방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단연 함허대사 승탑입니다. 사찰의 뒷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 보면(계단으로 되어 있어 가파르게 보이지만 금방 오를 수 있어요) 나무들 사이로 자그마한 돌탑이 보이는데, 바로 이곳이 함허기화 선사의 사리를 모신 탑이에요.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아 의외였지만, 막상 앞에 서보니 오히려 그 조용한 존재감에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탑 주변은 숲이 특히 더 울창해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바람 소리만 들릴 뿐, 사람 소리는 거의 없었습니다.
 
 

 

누군가 일부러 만든 ‘관광지’가 아닌, 자연과 역사, 수행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시간이 멈춘 자리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곳에 머무는 동안엔 그저 말없이 둘러보며, 오래 전 함허대사가 이곳에서 어떤 마음으로 수행을 했을지 잠시 상상해보게 됩니다.
 
 

 

정수사에는 또 다른 설화도 전해집니다. 함허 득통이 이곳에서 도를 닦다 돌아가지 않자, 그의 부인이 바다를 건너 찾아와 함께 돌아가길 청했지만, 끝내 뜻을 꺾지 않자 부인이 바다에 빠져 죽어 돌로 변했고, 그 바위가 지금 사찰 앞 극포에 있는 **각씨암(閣氏巖)**이라는 전설입니다.
 
 

 
설화의 진위 여부를 떠나, 그만큼 정수사가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의 마음을 머무르게 한 곳이라는 증거 아닐까요.
 
 

 

짧지 않은 시간을 정수사에서 보내고 내려오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찰을 보고 왔다기보다는, 숲속에서 마음 한 조각을 내려놓고 왔다는 느낌. 요란한 볼거리는 없지만, 자연과 고요, 그리고 수행의 흔적이 어우러진 정수사는 다시 한 번 꼭 찾고 싶은 장소가 되었습니다.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품고 있는 정수사, 조용한 산사 여행을 원하신다면 꼭 한 번 들러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저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에서 일상을 추억합니다.


정수사




[네이버 지도]
정수사
인천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1258번길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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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사 · 강화군, 인천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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